공정여행과 사진출사
등록자:        등록일:2010-01-04        조회수:9393

이번 출사는 공정여행 스타일이 어때요




지난 2월말 인천공항에선 국내 첫 ‘공정여행’(Fair Travel) 패키지 여행단 30명이 중국 윈난으로 떠났다. NGO 단체인 국제민주연대(www.khis.or.kr)가 준비한 이 공정여행에는 5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다.


공정여행은 여행의 이윤이 개발도상국의 여행사나 호텔 등 관광산업을 장악한 외국자본이 아닌 현지 주민에게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에서 80년대말 서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제3세계 사람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커피 등을 제값을 주고 사는 공정무역(대안무역)과 비슷한 취지의 운동이다. 현지의 자연과 삶을 파괴하지 않고, 현지인의 삶에 보탬이 되는 방식의 여행으로 ‘착한 여행’ 또는 ‘책임여행’이라고도 불린다. 이번 윈난 여행도 중국 내 25개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윈난성의 다양한 소수민족의 문화를 탐방하는 일정으로 짜여졌다. 현지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민박집에 묵으며 실생활을 체험하며, 낮에는 같이 물고기를 잡고 밤이면 축제를 열어 한데 어울리는 등 보통 여행에선 경험 못하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졌다. 국제민주연대의 김경씨는 “왜곡된 이윤 흐름을 바로잡아 현지인들에게 이윤이 돌아가게 하는 동시에 여행이 단지 소비가 아닌 관계와 소통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공정여행이 시도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여행작가 최정규씨는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들려주었다. 여행의 필수품이 된 카메라에 얽힌 이야기다. “30명 중에 네 분이 약속이나 한 듯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따로 챙겨 오셨어요.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뽑아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였죠. 이때부터 카메라는 더 이상 오지의 주민을 노리는 위압적인 무기가 아니라 서로를 가까워지게 만드는 친근한 매개체가 되었어요.”



국제민주연대의 1차 윈난 공정여행 중 와족 여성과 함께 한 참가자 모녀, 공정여행은 여행의 수익이 현지인에게 돌아가고 현지의 문화와 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생태친화적인 여행이다. ⓒ 최정규




현지에 도움되는 여행, 생태친화적인 여행




또한 최씨는 현지인과 문화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정여행 스타일의 사진출사를 제안했다. 촬영할 수 있는 사진이 더 풍부해질 뿐더러 여행이 더 즐거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그동안 미처 생각 못했던 여행 중 자신의 소비나 행동이 현지인의 삶과 인권, 생태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게 되어 공정여행은 나와 세상을 함께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07년부터 매해 공정여행축제를 열고 있는 이매진피스(www.imaginepeace.or.kr)가 제시하는 공정여행 가이드라인은 성숙한 여행을 위한 키워드로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은 탄소를 뿜어내는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기 전에 가까운 곳에서 원하는 휴식과 충전을 구할 수는 없는지 먼저 찾아보자며 시작한다. 그리고 기왕 해외로 간다면 방문자의 편리함과 즐거움에만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여행책자에 의존하지 말고, 책이나 이미 다녀온 여행자들을 통해 자신만의 여정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행책자만 보고 다니다보면 현지인과 눈 한번 마주치거나 말 한번 섞지 못하고 주마간산 식의 정통 여행객이 되기 십상이다. 여행 중에는 비행기 이용 줄이기, 물 낭비 않기, 동물 학대 투어에 참여 않기, 간단한 현지어 익히기, 현지인이 운영하는 민박이나 음식점,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역에 도움 되기, 현지의 노래와 춤 배우기, 감사의 답례로 작은 선물 준비하기, 여행경비의 1퍼센트 현지에 기부하기 등이 있다.


이매진피스와 공정여행 카페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생태여행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제주 올레와 지리산 길 걷기 등이 대표적이며,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도 공정여행 키워드를 숙지하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다.  


국제민주연대는 4월에도 2차 윈난 공정여행단을 떠났으며, 여름에는 몽골 등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선 걸음마 단계인 공정여행은 사전에 현지에 가서 숙소와 음식점을 답사하고, 주민들과 프로그램을 협의해야 하는 등 사전비용이 만만치 않아 아직 일반 여행사로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경비만 놓고 보면 여행사 수수료나 가이드, 쇼핑업체 비용이 빠져 저렴하다. 이번 윈난 여행단의 1인당 비용은 160여만원 선으로 다른 여행상품과 비교해 40만원 정도가 적다. 여기에 현지인들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일석이조다.



이매진피스는 매년 12월마다 공정여행축제를 연다. 국내외 공정여행의 여러 사례들이 소개되고, 새로운 경로도 알 수 있다. 사진전과 책 전시, 벼룩시장, 파티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 이매진피스




공정한 사진출사 여행의 키워드




해외의 한 공정여행 단체가 제3세계 관광지의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현지인의 80퍼센트가 부유한 외국인 관광객이 다가와 허락 없이 사진을 찍으면 거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전통사회일수록 어린이에게 사진촬영은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공정여행 가이드라인에서도 사진촬영에 앞서 반드시 허락을 구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으면 잊지 말고 그 약속을 지킬 것도 당부한다. 무심코 한 약속을 기다리다 실망하는 어린이가 있다면 책임여행자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 후에는 자신이 공정여행을 하면서 누구를 만났고 어떤 세계를 경험했는지 등 경험담을 가족이나 동호회 등에서 발표해 스스로 정리하는 기회로 삼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도 있다고 전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진은 편하게 찍되 사전에 허락을 구하는 현지어를 미리 배워서 갈 수 있다. 현지어를 몰라도 통역을 통하거나 만국공통어인 얼굴표정으로도 충분히 의사전달이 가능하다. “당신의 복장이 너무 아름다워 몇 장 찍을 수 있을까요?”, “아기를 안은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당신도 아름답고 아기도 귀여운데 사진 한장 찍으면 안될까요?”, “악기소리가 너무 듣기 좋네요. 연주하시는 모습 한장 찍으면 안될까요?” 식이다.


사진을 찍은 후에는 감사의 말도 빠뜨리지 않고 전한다. 만약 아이가 있다면 꼭 한번 안아주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 아이에게 약간의 용돈을 주려면 현지어나 통역을 통해 ‘학용품 사서 공부 열심히 해’ 정도의 말을 덧붙이면 된다. 돈을 주는 것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후 이야기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고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작은 감사의 표시가 그들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글 이종화기자<2009 월간사진 4월호>


자료제공 월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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