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사진의 사부, 권영일
등록자:        등록일:2009-12-01        조회수:8069

자유와 실험, 진정한 아마추어의 자세




“디지털작업을 예전의 필름작업에 대입하면서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뭔지를 계속 고민 중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디지털 마니아들은 제 스승인 셈이죠. 아쉬운 점은 그들이 뛰어난 감각과 일부는 상당한 기술을 갖고 있지만, 대체로 뭔가 부족하고 어슬픈 기교를 부린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시도가 좀 더 정통한 기술과 기교 그리고 사진적으로 열린 시각과 결부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필름카메라가 대세일 때는 카메라 조작이 능숙하지 못하면, 사진 찍는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다. 자연히 사진인구가 두텁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디지털로 전환되고 카메라 조작이 쉬워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디지털이 가진 장점인 즉찍즉뷰(바로 찍어 바로 본다는 의미)에 열광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이들은 온라인 웹상의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등 활발하고 독특한 문화까지 만들었다. 사진가 권영일(51)은 30여년 넘게 필름사진 시대를 거쳐 2000년 들어서는 디지털까지 두루 경험한 세대에 속한다. 필름사진에서 갈고 닦은 아날로그 사진의 경험에 디지털 지식까지 무장해 아마추어 사진계에서 그는 ‘사부’로 불린다.
그가 보는 디지털 문화는 분명 앞선 것임에 틀림없다. “사진 촬영이 하나의 생활문화로 돼 굉장히 대중화되었다는 점에서 사진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호기를 맞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재나 촬영이 아주 신선하고 감각적인 것도 배울 점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그의 아쉬움이 있다.
“지금 온라인 문화는 웹상에서 오고가고, 보는 것만으로 끝나고 있어요. 물론 커뮤니티를 통해 의견도 달지만, 그 수준이 ‘황홀해요!’, ‘환상이예요!’정도로 정확한 감상까지 못 나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걸 광대놀음이라고 말합니다. 각자 가진 모니터가 다른데, 정확한 색을 보고 감상하긴 애당초 어려운 일이죠. 이렇다보니 반짝 인기스타가 등장하고, 자기 중심적으로 흐리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권영일의 이집트 기행
사람을 찍을 때는 아예 인간적으로 바짝 접근해 직접 대화를 나누며 유쾌하게 찍는다. 찍히는 사람이나 찍는 사람 모두가 마음을 열고 서로 존중하고, 즐거울 때 가장 멋있는 사진이 얻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사진들은 자연을 자연으로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캔디드포토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장면을 좋아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내는 게 나는 좋다. 인간이나 자연이나 꾸미지 않은 모습들 속에서 사진의 참 맛을 자아내고자 한다.
이집트박물관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여성 가이드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장면이 운전석 칸막이에 비치는데, 그 모습이 신비해 보이기까지 했다.(위) 카이로 시내에 있는 꽃집 풍경. 그 속에 있는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아래)


 


아마추어 마니아의 배움의 장, photoing 운영
그러나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다가도 점차 빠져들어, 사진에 의미를 담고, 자기만의 사진세계를 추구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런 아마추어 마니아들에게 권영일이 운영하는 포토아이앤지(photoing.co.kr)는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디지털을 시작하며 처음 만든 사진연구사이트인 네거앤포지닷컴에 이어 지난해 3월 개설한 이 사이트의 회원수는 현재 600여명. 사진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고, 강좌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사이트와 뭐가 다를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선 회원가입을 하고, 활동이 있어야지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폐쇄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사이트가 철저히 주고받기를 원칙으로 하는 만큼, 의욕 있는 사람에 한해 자유로운 활동이 허용된다. 가장 활발한 일사일언(一寫一言)은 권영일이 던지는 사진에 관한 화두를 놓고 진지하고 치열한 토론이 오고가는 장이다. ‘디지털인의 자유로움을 위한 제언’, ‘글은 사진의 보조수단인가’, ‘실패도 노하우의 조건이다’, ‘줄 서지 말자고, 내 것을 만들자고’, ‘제목은 어찌 필요한가’, ‘생각을 먼저 하든, 찍기를 먼저 하든’ 등 갓 사진을 시작했거나, 어느정도 물이 오른 아마추어라면, 제목만 봐도 구미를 당기는 주제로 넘쳐난다. 주제는 일주일에 두세건씩 올라와 벌써 200여건을 넘겼다. 이중 하나를 들여다보자. 디지털로 합성한 사진을 놓고 벌이는 토론이다. 권영일이 먼저 “있는 대상을 그대로 복제하는 과정 외에도 만드는 과정 역시 사진에 포함된다”며 이제는 디지털적인 사진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여기에 대해 오고간 토론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회원1 : 합성이라고 밝히고, 이것이 나의 예술세계라고 밝히면 문제없을 것을 극적인 순간에 사진을 찍은 양 한다면 범죄로 전락할 수 있다.
회원2 : 사실성에 치중한 사진 외에 예술적 시도로서의 사진도 인정하는 발전적인 분화가 이뤄져야 한다. 개인의 양심 문제이긴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될 판이 먼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회원3 : JPG이미지 자체가 카메라의 이미지프로세싱을 거쳐 나온 것이므로, 디카로 찍을 때부터가 이미 후보정에 속한다. 사진이 예술로 승화한 현대에 있는 그대로만 담는다는 건 철 지난 얘기이다.
회원4 : 기록성이 찍힌 대상과 연관되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디지털이나 포토샵으로 인해 사진의 예술적 가치가 훼손되거나 성취되는 건 아니므로, 가치를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면 외면할 필요는 없다.
회원5 : 필름 시절에도 인화노광을 주거나 암실등 불빛에 노출시켜 색감을 만들기도 했다. 촬영만이 창작이 아니듯, 재가공, 포장, 조명 모든 게 창작이다.
회원6 :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진다면 사진 보다는 디지털아트나 회화에 가깝다.     


   


권영일의 풍경사진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광경이라도 그 속에 인생에 대한 관조(觀照)를 담아냈기 때문에 깊은 힘이 실려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비오는 날 수종사 올라가는 길의 정경.


 


진지한 사진토론과 전문 강좌가 있는 곳
색이나 콘트라스트 조정을 넘어 아예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적극적인 이미지 조정도 하나의 분야로 인정되어야지, 이것이 갖는 음성적인 폐단을 줄이고, 더욱 고차원적인 작업까지 유도해낼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지만, 대개는 굳이 결론을 내려 하지 않는다. 권영일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통해 아마추어 마니아들의 사고의 틀을 깨고, 인식 폭을 넓히는 목적이 가장 크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모두가 성장하게 된다”고 말한다.
디지털이 확산되었지만 의외로 진지한 사진 토론이 이뤄지거나, 전문성을 길러주는 곳이 없어 시작한 그의 온라인 강좌는 목말라있던 많은 아마추어들을 끌어들였다. 디지털 뿐 아니라 필름 작업을 하는 회원도 가입해 활동을 시작했고, 연령층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또 권영일 자신이 직접 올리는 ‘홀로서기 강좌’나 ‘따라하기 강좌’, ‘실용 강좌’에는 필름사진부터 단련돼온 그만의 사진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강좌를 통해 디지털카메라의 자동초점(AF)에만 의지했던 회원들이 이제는 메뉴얼을 활용해 더욱 다양한 사진을 접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요즘 들어 그가 나서서 밀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전시회 보러 다니기이다. 온라인 강좌 못지않게 유명작가의 사진을 직접 보고, 만나 얘기 듣는 것처럼 좋은 경험도 없다는 것이다. 한번 시작했으면 제대로 끝을 봐야 한다는 그의 권유에 동참하는 회원이 점차 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진책 보기와 사진가와의 만남 등 오프라인 활동을 활성화시키려 하고 있다. “웹에서 벗어나보자는 겁니다. 카메라를 다루는 지식 정도는 웹에서 배울 수 있지만, 사진을 보고 얻은 느낌과 감정은 웹에서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외눈박이 짝사랑, 아마추어라면 연구 노력해야
돈되는 일도 아닌데도 이처럼 권영일이 부지런을 떨며, 사이트를 운영하고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독려하는 이유는 지식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과 어렵게 사진을 배운 자신의 경험 때문이다. 54년생인 권영일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중학교도 제대로 못 마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시계와 카메라를 팔고 고치는 조그마한 가게의 조수가 그가 사회생활의 첫 직업이었다. 운좋게 실력 있는 사장을 만나 배우는 재미에 빠져, 어릴 때부터 사진과 카메라와 익숙해질 수 있었다. 취미였던 사진작업을 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는, 폐쇄적인 사진계 분위기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그래서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사진강좌나 촬영지도 등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은 사진 실용서를 출판하기 위해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권영일은 한 눈밖에 없는 외눈박이 카메라처럼 사진을 향한 외눈박이 짝사랑이 자신을 이끌어온 힘이라며 디지털 마니아들을 향한 애정어린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마추어라는 말을 언제까지나 보호막으로 삼으려 해선 안됩니다. 아마추어도 충분히 최고가 될 수 있어요. 프로는 실패하지 않는 사진을 찍지만, 프로가 못하는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실험적인 사진을 할 수 있는 게 곧 아마추어들입니다. 연구하고 노력하는 게 진정한 아마추어의 자세라고 봅니다.”   
(월간사진 2005년 4월호 게재)



자료제공 월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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