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수리계의 대부 이경화
등록자:        등록일:2009-10-23        조회수:15256

 


43년 수리 외길, 카메라 박사로 통해요!


 



카메라 수리계의 대부로 통하는 이경화 사장.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명 카메라 회사의 국제수리자격증을 따고, 수리과정을 체계화했다. 아직까지 젊은 직원들과 어울려 그들 못지않게 일하며, 일터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슬슬 은퇴 준비를 해야죠. 추세가 디지털 기종으로 바뀌면서 저도 계속 배우고 있지만, 교육과 연수 기회가 있으면 직원들을 빠짐없이 참가시켜요. 이제 젊은 사람들이 이끌고 가야죠.”
그러나 말과 달리 이경화 사장(67)의 책상 위에는 핫셀블라드, 올림푸스, 파노라마 카메라인 노블렉스, 린호프 등 셀 수 없는 기종의 고장난 카메라가 수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58년부터 카메라 수리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43년째이다. 이사장은 카메라 수리업계에서는 대부이자 모르는 것이 없는 박사로 통한다. 올해 67살이지만 요즘도 하루 8~9시간씩 일할 정도로 체력도 좋아 아직 몇 년은 끄떡없을 것처럼 보인다. 지금도 몇군데 수리점을 거치면서 수리불능이나 사망판정을 받은 카메라를 들고, 마지막 희망을 안고 이사장을 찾아온다. 그럼에도 은퇴 얘기를 꺼내는 이유를 묻자 빙그레 웃기만 한다. 옆에서 보다 못한 30년지기 동료이자 밖에 나가면 이사장이 형님이라 부르는 사이인 박창배씨가 고치던 카메라를 내려놓고 끼여든다.
“이 사람 돈 욕심 없어요. 나가는 돈 줄이고 벌려고 맘만 먹으면 벌써 부자 됐을 거예요. 디지털로 바뀐 후 소비자는 좋겠지만, 우리는 죽어나요. 자고 일어나면 새 기종이 나오니 공구며 부속품이며 모두 정품으로 구입해야죠. 모두 영어로 된 수리 매뉴얼 번역해 공부해야죠. 회사돈 들여 직원들 연수 보내거나 외국 기술자 직접 데려와 배우게 해야죠. 적당히 할 수도 있는데 정석대로 모두 하려고 하니….”
그제서야 이사장도 “우리 세대로만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젊은 사람들이 앞선 기술을 전수받고 경험을 쌓아야지 이쪽 업계가 더 발전하지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43년동안 그를 거쳐 간 문하생만 60~70명. 이제 각계에서 어엿한 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손재주만 보고 뽑던 예전에 비해 요즘은 전자나 컴퓨터를 전공해야지 수리업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고 한다. 전자와 역학, 광학기술의 결집체인 카메라가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컴퓨터까지 결합돼 이 분야의 지식 없이는 일을 시작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디지털 카메라, 조심이 기본, 충격과 물 피해야
배터리를 반대로 끼워놓고 작동이 안된다며 오는 어이없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디지털카메라는 기계식과 달라 무엇보다 조심해 다루는 게 상책이라고 이사장은 말한다. 가장 잦은 사고원인은 물에 빠뜨리는 경우. 잘못하면 회로 전체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충격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오토포커싱이 되는 디카의 경우 무게를 줄이기 위해 렌즈마운틴 부위가 대부분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충격에 약하다. 렌즈가 나와 있는 상태서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망가지기 쉬워 사용 후 항상 렌즈를 넣어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바람이 심한 날이나 모래가 많은 지역에서는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래 사용하지 않는 것도 기름을 마르게 해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하는 등 고장의 원인이다. 가끔 꺼내 셔터를 눌러주고 렌즈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시계수리공에서 카메라 수리로 전환
서울 태생인 이사장은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손재주 있기로 이름나 동네의 고장난 시계며 라디오 수리를 도맡았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 수업이 끝나면 종로4가의 시계수리점으로 나가 일을 시작한 것이 51년도이다. 집에 돈이 있으면 장사라도 해 볼 테지만, 끼니 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집안형편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기술을 배우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야간으로 동북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낮에는 시계수리공으로, 밤에는 학생으로 주경야독했다. 58년 군에 입대한 후 제대하면서 카메라 수리 일을 시작하게 된다. 국내 카메라수리계 1호자인 김승곤(82년 작고)선생을 만나 어깨 너머로 수리 일을 배우며 매력에 빠졌다. 밤이면 수리 들어온 카메라를 이리저리 들여다보고, 뜯어도 보면서 원리를 알아갈 때였다. 
한번은 손님이 맡겨놓고 간 카메라를 뜯어는 놓았는데 조립을 못해 밤새 만지작거리다 결국 눈물을 쏟은 적이 있었다. 당장 몇시간 뒤면 손님이 찾으러 올 시간이어서 선배를 찾아가 도움을 받았다. 이때만큼 배워야 하겠다는 마음이 절실히 들 때가 없었다고 한다.


 


국내 처음으로 니콘, 핫셀블라드 등 국제수리자격증 따내
그뒤 81년 이사장은 일본 니콘 본사로 가 1개월 과정의 교육을 거쳐 국내 최초로 니콘 국제수리자격증을 받게 된다. 그뒤 핫셀블라드와 올림푸스의 국제수리자격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받은 이도 이사장이다. 한편으로는 셔터테스트기 등 새로운 수리 공구가 나왔다는 소문을 들으면, 외국까지 나가 사오기도 했다. 그 사이 수리점도 번창해 종로에서 명동으로 옮겨왔다. 시작할 때  2평이던 가게도 넓혀 91년에는 50평 크기의 지금의 명동 중국대사관 부근으로 옮겼다. 수리센터의 덩치가 커졌고, 모두 손으로 해결하던 때에서 이제는 컴퓨터로 바뀌었다. 하지만 직원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만날 때마다 공부하라고 권유하는 이사장의 모습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체계적인 교육이나 서적도 없던 시절에 자신이 너무 어렵게 배운 탓이다. 이사장은 “예전에는 우리나라에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이나, 서적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모두 일본에서 들어왔어요. 지금은 기술수준도 좋아지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때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어요. 앞으로 우리가 더 앞서가야지요. 그러려면 쉬지 않고 공부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피묻은 카메라서 아웅산사진 뽑아낸 기억 잊지 못해
이사장은 83년 아웅산 사건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폭발사고가 일어난 얼마 후 당시 문공부 직원이 찾아와 이사장에게 카메라 수리를 맡겨왔다. 폭발로 망가진 카메라에서 필름을 꺼내 사진을 살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해보겠다며 피 묻고,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운 카메라를 받아 조심스럽게 뜯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린 사진은 폭발이 일어나기 불과 몇 분전 아웅산 묘지를 참배하기 위해 도열해 있는 장관들의 모습이 담긴 것이었다. 이 사진은 당시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에도 일제히 실렸다. 이사장은 보람도 느꼈지만, 당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정부인사와 수행기자 17명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갖고 있다. 카메라 전문가다 보니 자원봉사를 요청받거나, 자진해 나가는 경우도 많다. 86년 아시안게임 때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테러를 막기 위해 경기장에 입장하는 관중들의 카메라 검사를 도맡아 한 적이 있다. 88 올림픽 때는 프레스센터에 있으면서 사진기자들의 카메라를 무료로 수리해 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규모가 크건 작건 상관없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사진촬영대회에 나가 무상 수리를 해오고 있다. 이사장은 “돈은 못 벌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진애호가들에게 갖고 있는 고마움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인생을 카메라와 함께 살아온 이사장에게 카메라는 친구이자, 연인이다. 어떤 때는 애먹이는 자식같이 속을 썩일 때도 있지만 결국 고분해진다. 인터뷰를 마친 후 이사장은 다시 노련한 장인의 모습으로 돌아가, 능숙한 손길로 카메라를 다룬다.
글 이종화기자


 


월간사진 2004년 11월호 게재 


 


아웅산 폭탄테러가 일어나기 몇분전 촬영된 장관 도열사진, 사진의 아랫부분이 흐린 것은 필름에 핏물이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국제수리자격증들


 


수리센터 내부 전경




자료제공 월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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