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피시보(P-15), 사진 안과 바깥의 영역에서 전시를 듣다
등록자:포토채널        등록일:2018-03-13        조회수:234

지난 12월 15일을 시작으로 후지필름 X 갤러리에서 피시보(P-15) 전시가 열렸다. 피시보(P-15)는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발하는 원소 기호 P(인, phosphorus)에 원자 번호 15를 결합한 것으로, 기존 사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면서 빛을 기록하는 예술인 ‘사진’을 ‘사진 바깥’에서 바라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예술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없애고 삶과 예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인터미디어(intermedia)의 흐름을 근거로 시각적 틀을 깨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전시다.

 

 

2월 3일 관람객의 전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후지필름은 ‘전시를 듣다’ 프로그램을 열었다. 전시를 기획한 김용민 기획자(현 뮤지엄 SAN 학예연구사)가 직접 해설자로 나서며, 관람객이 전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약 15명 내외의 관람객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시를 관람했으며, 작품 설명과 더불어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현장감 있게 다뤄졌다.

 

글·사진 김유미 기자

 

육근병 작가의 <생존의 역사다>와 마주 보고 있는 백남준 작가의 <Colored Clark>

 

갈색빛의 바닥과 하얀 벽으로 이루어진 공간. 강남구 선릉로 838, 후지필름 X 갤러리 전시장에 사진과 영상 그리고 설치 예술이 머문다. 입구를 들어서자 전시 서문(序文)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피시보(P-15)는 사진의 바깥에서 사진을 응시한다.
빛과 시선의 경계가 파릇 떨린다.
1960년대에 발생했던 플럭서스는 삶과 예술의 조화를 반-예술적으로 풀었다.
은유된 카메라 앞에 한 장의 사진이 사진으로 확장한다.
서로 연속하는 측면으로 사진이 탈구조화한다.

(중략)
문으로 들어간다.

 

후지필름 X 갤러리에서 열린 피시보(P-15) 전시
백남준_Colored Clark

 

두 개의 출입구로 이루어진 이곳은 순환적인 구조로 모든 작품이 연결성을 갖는다. 작품과 함께 나열된 텍스트는 시작점과 관계없이 의미가 이어지며, 2:2:2 공간 배치를 통한 여섯 작가의 작품은 상호 유기적으로 보여진다. 전시장 가운데를 중점으로 전시는 시작된다. 육근병 작가의 비디오 설치 작품 <생존은 역사다>가 백남준 작가의 <Colored Clark, 폴라로이드>와 마주한다. 백남준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폴라로이드로 촬영한 사진을 육근병 작가의 눈이 바라본다. 직사각형의 나무 합판 위에 있는 원통의 관. 파이프 모습을 띤 관 안에 눈(빔 프로젝터)이 있다. 작품은 역사 안에 있는 존재와 역사 밖에 있는 존재에 밀착해 관조한다. 이 눈은 관찰자의 눈이 아닌 손과 발이 없는 ‘단지 보고 있는 눈이자 침묵하는 눈’임을 나타내고 있다. 역사의 마주침, 내면과 외면을 표현하는 이 작품은 미디어의 특성을 반영하며 ‘바라봄’을 깨닫게 한다. 육근병 작가의 눈을 따라가면 피시보(P-15)가 중점을 두고 작업한 작품 <Colored Clark, 폴라로이드>가 있다. 플럭서스 운동 중심에 있던 백남준 작가의 작품에 초점을 맞춰 융합적인 방식으로 피시보(P-15) 전시를 풀어냈다. 1989년 촬영된 백남준 작가의 폴라로이드 사진은 흰 바탕의 테두리에 비디오 작품이 그대로 표현된 작품이다. 그는 비디오 아트 선구자로서 예술의 범위를 확장하며, <플럭서스 아일랜드>로 1960년부터 발생한 플럭서스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위 두 작품과 더불어 새로운 인쇄 형태로 제작된 <줄리안 백의 리빙 시어터>,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마샬 맥루한> 작품이 전시장 한 편에 마련됐다.

 

(가장 왼쪽)베른트 할프헤르_Autumn (가장 오른쪽)이소영_Same Dilemma

 

피시보(P-15) 전시는 크게 세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공간에 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백남준 작가 작품을 바라봤을 때를 기준으로 왼쪽 공간에 베른트 할프헤르, 이소영 작가의 작품이 있다. 가장 먼저 보이는 360도 구 모양의 조각품은 베른트 할프헤르 작가의 작품 <Autumn>이다. 새로운 공간 지각 방식을 제시하는 베른트 할프헤르 작가는 소외되는 대상 없이 보이는 모든 것을 담고자 했다. 파노라마 형식으로 둘러싼 환경의 모든 것을 담으며 시각적 한계를 넘어서는 면밀함을 지녔다. 베른트 할프헤르 작가의 또 다른 작품 <Shortstroy1711> 옆으로 이소영 작가의 작품이 이어진다. 주로 건축적인 요소에 상상력을 개입해 작품을 선보이는 이소영 작가는 이번 피시보(P-15)에 계단과 관련된 세 작품을 출품했다. 공간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번 촬영한 필름에 재촬영 했을 때 나타나는 중첩 현상을 보여주는 교차의 시선을 담아내 몽환적이면서도 입체적인 특성을 강조했다.

 

오용석_Classic No.1978
금민정_숨 쉬는 문

 

전시장 입구로 다시 순환한다. 영상·설치 작품이 전시된 이곳에 오용석, 금민정 작가의 출품작이 있다. 오용석 작가는 비디오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영상을 선보였다. 천장에서 쏘아 내린 프로젝터의 빛을 따라 영상이 움직인다. 작품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촬영된 영상이 결합돼 만들어진 하나의 영상이다. 미디어 작업을 기반으로 한 <Cross>, <Classic No.1978>은 시공간의 세계를 교차하는 동시에 장면을 재구성함으로써 융합, 합성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공간은 금민정 작가의 작품<Abstract Breathing RTO ll>로 이어진다. 문화역 서울284에서 촬영된 영상은 다시금 전시장이라는 실재하는 공간 속에 배치된다. 작품은 천천히 흐르며 재생된다. 빛이 일정 시간 동안 등장하기도 하며, 미세한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도 금민정 작가는 <숨 쉬는 문>, <그 시간의 복원-구 서울역사>를 통해 물리적 실재와 비물질적 가상의 공간을 섞는 작업을 진행하며, 역사적 장소를 영상 작업으로 재해석해 공간에 확장시켰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김용민 기획자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피시보(P-15)는 사진 안과 바깥을 모두 이야기하는 인터미디어 전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진 영역에서 나아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사진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사진과 ‘사진적’ 요소를 포함한 여섯 작가의 작품이 공유와 확장의 형태로 X 갤러리를 채운다.

 

김유미 기자  yu_vdcm@naver.com

<월간VDCM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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