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 사진가 랄프 깁슨
등록자:        등록일:2010-01-12        조회수:10591

“클로즈업! 한발 더 가까이!”



 


사진가 랄프 깁슨(Ralph Gibson)이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 열린 사진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해 특별강연과 누드 워크샵을 진행했다. 랄프 깁슨은 1970년대 이후 듀안 마이클, 레 크림스 등과 더불어 미국 사진의 주류를 형성한 사진가로 개인의 느낌이나 인상, 꿈이나 예견치 않은 심리 현상, 초현실주의와 신비주의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사진으로 재현해 왔다. 월간사진은 랄프 깁슨에 관해 궁금해 하는 사진가와 사진과 학생, 사진 동호회 회원들에게 설문 조사를 통해 만들어진 질문으로 그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월간사진 : 한국에서 첫 전시를 하게 되었는데,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랄프 깁슨 : 전시가 시작되는 날이었던 11월3일 오전 5시에 한국에 도착했다. 전시장으로 오기 전에 잠시 산책을 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한국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나는 각 나라의 특징과 특히 기호에 관심이 많다. 1975년부터 프랑스를 기호화한 사진을 찍어왔고, 여러 국가들을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들의 기호를 찾아다닌다. 어떤 경우에는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한국인 것 같다.(이때 방금 인화해온 사진 중 경복궁의 돌담을 클로즈업해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태극기의 사괘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사진은 열정을 쏟는 사람이 많고, 대중적인 예술인 것 같다. 워크샵 참여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인상적이었고, 그 수준도 높았는데 한국도 독일처럼 사진학적인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월간사진 : 당신의 이름 앞에는 항상 초현실주의 사진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자신을 규정하는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랄프 깁슨 : 내 사진이 초현실주의라고 불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유감이 없다. 초기 작품은 초현실적인 사진이 많았지만 그 후로 좀더 생각해야 하는 사진을 찍었으며, 누드 사진과 에로티시즘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현재는 컬러를 이용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것은 초현실주의 사진이 아니다. 수도승이 휴가 중인 셈이다.(랄프 깁슨은 인터뷰 중간중간 비유를 자주 했는데, ‘수도승이 휴가 중’이라는 말은 현재의 작업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랄프 깁슨의 작업과 다르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월간사진 :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랄프 깁슨 : 45년간 사진 작업을 해오며, 비로소 내가 무엇을 필름에 담아야 할지 알게 되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누드 워크샵을 진행하는 것처럼 그동안 여러나라에서 누드 워크샵을 진행해 왔다. 워크샵에서 나는 가르치는 선생이기보다 가장 나이든 학생일 뿐이며,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누드모델을 촬영한다. 그동안 흑백 누드를 촬영했다면 최근에는 컬러로 촬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나는 흑백으로 누드를 찍어왔다. 흑백사진에서는 손등을 대리석같이 굉장히 하얗게 만들 수 있다. 건물 사진을 찍을 때도 대상을 신체의 일부처럼 느끼면 강렬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 이것은 흑백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다. 컬러는 새롭게 도전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흑과 백의 강렬한 대비를 이용해 촬영했다면 컬러로 몸을 보았을 때는 부분부분이 몽고반점처럼 색감이 모두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야 조금씩 누드도 컬러로 찍어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아는 단계가 되었다.
그동안 워크샵에서 촬영한 컬러 누드사진들을 모아 내년에 ‘상처받은 간호원’이라는 제목의 작품집을 낼 예정이다. 
월간사진 :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유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랄프 깁슨 : 시각적인 비율이다. 그 비율에 의해 내 사진의 긴장감이 생긴다. 나는 건축물이 훌륭한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특히 건축물이라는 물체를 통해 비율을 연습할 수 있었다. 사람의 몸을 찍을 때도, 이렇게 터득한 비율을 인체에 적용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다.
또한 나는 나름대로의 초점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사진을 촬영할 때 보통 피사체 중 가장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데, 나는 인위적으로 움직이는 것에 초첨을 맞춘다. 예를 들어 몸의 중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골반 뼈에 초점을 맞추면 피부 표면의 질감과 율동감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인물 사진은 모델과의 50대 50의 협업이라 생각한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모델과 작가의 협력이 중요하다.


월간사진 : 당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사진과 누군가가 요구하는 사진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가?
랄프 깁슨 : 상업사진을 찍을 때는 내가 찍은 사진을 다시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상업사진을 그만두고 내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며 내가 찍은 사진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항상 공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구하려 노력했는데, 나는 시각적인 예술에 형상 언어가 있다고 느꼈고 이를 찾는 과정에서 작업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사진작가로서 나는 어느 시점에 도달해 있는가?’,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의 시점과 나의 목적지 사이에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매일 스튜디오에 앉아 이 세가지 질문을 한다.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리고 내 작품에 이득을 가져오지 않는 것이라면 하지 않는다.


월간사진 : 자신만의 사진세계를 갖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경험을 들려 달라.
랄프 깁슨 :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해야한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얻는 편이 좋다.
나는 일상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은 어떤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곤 한다. 하지만 나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한 물체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어떤 것을 발견하곤 한다. 늘 가까이에서 대상을 보기를 원했고,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점점 단순해지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월간사진 : 도로시어 랭과 로버트 프랭크에게 사진을 배운 것으로 안다. 그들에게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떤 영향을 받았나?
랄프 깁슨 : 젊었을 때 학업을 계속하지 못했지만 운이 좋게 도로시어 랭의 조수로 일할 수 있었다. 내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랭은 내 사진에 출발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내가 출발점이 뭐냐고 묻자 랭은 치약을 사기 위해 상점에 갈 때도 카메라를 들고 다닐 정도의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10년이 지나서야 그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27살이 되던 해에 로버트 프랭크를 만났다. 그를 만난 이후 다른 피사체에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월간사진 : 어떤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하는가?
랄프 깁슨 : 1961년부터 라이카 카메라를 써오고 있다. 지금도 35mm 카메라를 쓰고, 50mm 렌즈를 사용하기 때문에 내 사진에는 왜곡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으로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월간사진 : 암실에서만 인화하는가? 또 디지털 사진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랄프 깁슨 : 흑백사진의 경우 아직까지 암실에서 직접 인화한다. 디지털 이미지는 사진이라기 보다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에서나 워크샵, 인터뷰 중에도 랄프 깁슨의 어깨엔 항상 카메라가 있었다. 대상을 가까이에서 촬영하는 그의 사진을 반영하듯 전시장에서 그를 찍으려는 사람들에게  “클로즈 업, 클로즈 업!”이라고 말하며 더 가까이 와서 찍으라고 손짓했다.
글사진 | 진달래기자(월간사진 2005년 12월호 게재)

자료제공 월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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